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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질 들뢰즈의 리좀 이론과 건축의 관계성 #2

지난 포스터에서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리좀(Rizome)에 대한 정의와 리좀이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의 특성들을 간략히 설명하였다. 이번 포스터에서는 다섯 가지의 특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가고자 한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리좀(Rizome)이 나타내는 다섯가지의 구성 원리란?"

1) 연결 접속성의 원리

리좀은 접속(connection)이라는 원리에 의해 정의 된다. 리좀에서 의미하는 접속이란 '~와(et, and)"로 연결되는 모든 경우를 뜻한다. 들뢰즈는 자신의 저서인  『의미의 논리』에서 '접속'의 의미를 '이접(disjunction)'과 '통첩(conjunction)의 의미와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이접'의 접속사는 '이것이든 저것이든 / 이것이냐 저것이냐'로 사용되며, '통첩'의 접속사는 '그리하여...)으로 사용된다. '이접'은 'A를 고를 것인지 B를 고를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라면, '통접'은 'A, B, C, D' 등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요소의 집결' 인 것이다. 이접과 통접은 관련된 요소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반면 접속은 다수의 요소가 만나서 새로운 요소를 생성하는 것이다. 즉 리좀은 어떠한 요소들과도 연결 접속 될 수 있다.

 

2) 이질성의 원리

리좀은 이질적인 모든 요소들에 대해 새로운 접속을 허용한다. 이처럼 접속이란 같은 특성을 지닌 요소들을 전제하지 않으며, 다양한 종류의 이질적인 요소들이 결합하여 새로운 요소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때 새로 만들어 지는 요소들은 또 다른 이질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요소들의 접속에 동질적인 요소가 포함된다면 이는 리좀적인 증식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동질적 특성을 지는 요소들로 생성이 된다면 이것은 리좀과 대비되는 수목 구조의 원리와 같은 것이다. 이러듯 리좀의 특성은 이질적인 것에 대한 증식을 억제, 단절, 차단하지 않으며 중심점 없이 자유롭게 무한히 생성되는 원리이다.

 

3) 다양성의 원리

들뢰즈는 진정한 의미에서 '다양성'이란 차이 자체로써의 의미를 가는 것으로 차이가 어떤 하나의 중심을 가지고 포섭되거나 동일화되지 않는 것이다. 화폐를 사용하는 세상에서 상품이란 '얼마짜리 상품'일 뿐이다. 화폐라는 기준으로 인해 양적인 차이만 갖는 상품으로 동질화된다. 이러한 체계에서 상품의 종류가 늘어나면 '다양성'이 증가하지만 전체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러한 종류의 다양성을 들뢰즈는  '수목형 다양성', '사이비 다양성'이라고 말한다. 기둥을 중심으로 잔가지가 생겨나는 것은 나무에 변화를 주지만 전체에 변화를 미치지는 못한다. 반면, 리좀적 다양성은 기존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이질적 존재의 집합이다. 따라서 하나의 요소가 추가되어 전체의 의미를 바꾸어 버리는 것을 다양성의 원리라 의미한다.

 

4) 비의미적 단절의 원리

들뢰즈는 비의미적 단절의 원리를 '절단(coupure)'과 '단절(rupture)'에 대비하여 나타낸다. 가령 '절단'이란 식재료를 자를는 것처럼 어떤 대상이나 흐름을 규칙에 다라 자르는(cut)이다. 반면 단절은 주어진 선과 면을 끊는 것이고, 그 선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선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다지'라는 단어는 본래 영어의 '노 터치(no touch)'의 의미였지만, 영어를 오인한 광부들이 '노 터치'의 뜻을 '금은보화'로 받아들여 원래 뜻과 전혀 상관없는 '노다지'라는 뜻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 '노다지'는 원래 의미에서 벗어나 단절되어 전혀 다른 뜻을 갖게 되었다. 이렇듯 하나의 리좀은 어떤 곳에서든 끊어지거나 깨질 수 있으며 새롭게 복구되며 끊임없이 새로운 요소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무한히 반복한다.

 

5) 지도 그리기와 데칼 코마니의 원리

'지도'란 우리가 가야 할 경로와 진행, 분기 등을 표시한 일종의 다이어그램이다. 리좀적 측면에서 볼 때, 지도는 반듯이 길의 형상과 지표면의 형상을 정확하게 재현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지도에서 중요한 것은 행동과 삶의 길, 방법(way)이 접속되어 삶을 표현하는 다이어그램이 되어야 한다.

'데칼코마니(decalcomanie)'란 미술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물감을 칠한 그림을 접어 대칭을 만드는 기법이다. 그러나 그림을 접는 순간 원래 그려두었던 형상은 찍는 힘과 각도, 면에 의해 변형된다. 이렇듯 똑같은 사본이라는 개념은 없다. 원본을 카피하는 순간 다른 특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들뢰즈의 리좀에 대한 다섯 가지 원리를 설명하였다.

 

오늘날 현대 건축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다양한 목적과 다양성 등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이 들뢰즈의 리좀과 어떻게 연관성이 있는지는 다음 포스터에서 이어 말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이진경. (2002). 노마디즘Ⅰ:천의 고원을 넘나드는 유쾌한 철학적 유목. 휴머니스트.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2001). 천개의 고원. 새물결.

강태욱. (2010). 리좀(Rhizome)의 건축적 구현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연세대학교 대학원, 서울.

김민중. (2005). 리좀과 하이퍼텍스트의 관점에서 본 도서관 공간구조 변화의 이해(국내석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대학원, 서울.